삶이 주는 어색함을 사랑하라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은 차가운 난간에 기대어 조용히 침묵을 배운다. 빛을 잃은 전구와 녹슨 가드, 그리고 이가 나간 머그잔과 깨진 화분들이 낯선 속삭임을 주고받는다. 팔을 펼쳐도 닿지 않는 좁은 골목에서 몸을 웅크린 한 송이 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불과 한 걸음 옆, 초록빛 머그잔은 침묵한다. 불규칙한 호흡들이 공기를 가르며 스며드니 숨이 차오른다. 짝이 다른 신발을 신고 뛰노는 아이들, 서툰 화장과 어설픈 머리 모양, 어정쩡한 반바지. 모자라기에 더 또렷하게 기억되는 순간들이다. 옹골찬 마을버스와 날렵한 오토바이가 이어주는 연대감을 오늘도 몇 번이나 확인한다. 간판은 상점의 속내를 다 말해주지 않고, 말은 사람의 속마음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 연필조차 손의 의도를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 뭔가 이질적이고 어색한 일상의 틈새에 '인간다움'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삶이 불쑥 건네는 어색함을 받아들이자. 다만 그것에 성급히 기대지는 말자. 언젠가 상처 입을 자신을 위해 고요한 여백 하나는 남겨두어야 한다. 그 빈자리가 곧 회복의 공간이자 또 다른 어긋남이 피어날 자리이기에.
Thanks for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