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용 PD가 그랬을 꺼다. 꽃 이름을 아는 것보다 어딘가에 꽃이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 년에 한 번은 창원, 마산을 거쳐 진주 이반성으로 간다. 이름 모를 꽃나무,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수목원을 가꾸는 선생님들을 만난다.
그럴 때면 느닷없이 정기권을 선물 받은 아이처럼 풀쩍풀쩍 몸이 움직인다. 차를 운전해 가는 내내 갓길 너머로 보이는 색색의 집들과 꽃나무가 그지없이 반갑다. 김수용 피디가 그랬을 꺼다. 꽃 이름을 아는 것보다 어딘가에 꽃이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길가에 내가 있다고 당당히 선포하고 있는 꽃나무의 자태에 빠져 네비를 놓쳐 길을 잘못 들기를 여러 번 한다.
그래도 신기한 건 마음쿵 머리쿵 하다 보면 수목원 입구에 이른다. 차를 세우고 숲 길을 뚜벅뚜벅 걷는다. 매번 눈에 힘을 주고 기억을 더듬어도 들었던 꽃 이름은 기억조차 없다. 위안이라면 그 곳에 꽃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 이맘때면 꽃망울을 터뜨리며 존재를 알리는 일로 온 천지가 시끌벅적하다.
꽃 이름을 아는 것이 '앎'이라면 꽃이 피고 있다는 사실은 '삶'이지 않을까.
김수용 PD는 살아있는 존재의 경이를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꽃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꽃이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들판의 꽃처럼 많아지기를 소원하면서…
학명이 아닌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그리운 세상이기에 그의 말은 더 극적이다.
나는 머리가 나빠 꽃 이름은 못 외우겠다. 대신, 꽃이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고 싶다. 오늘 강의하면서 그렇게 얘기를 드렸다. 꽃 이름, 나무 이름에 목메지 말자고, 지금 이름 모를 꽃이 피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되자고…
내일 모래 다시 갈 때는 그 어느 곳에 핀 꽃을 꼭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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